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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구리 신령의 동거일지

모리노즈카 타카시 X 타카이시 미유 - MiU

* 오란고교 사교클럽 모리노즈카 타카시 드림입니다.

* 장르 서사의 영향을 받은, 너구리 신령X학생 AU입니다.

 

 

 

뒷산의 작은 신사에는 복을 불어다 준다는 너구리 신령이 있다. 사람에게 모습을 보이지 않지만, 그곳에 다녀가는 사람들은 너구리를 보기 위해 신사에서 나와 한참을 그 주위를 서성거린다고 한다. 하지만, 요새는 더욱 볼 수 없을 것이다. 작은 너구리 신령은 부잣집의 애완동물로 지내고 있기 때문이다.

며칠 전, 잠시 산책을 하러 너구리 모습으로 변한 신령은 길을 잃고 말았다. 주변 동물들의 말을 들었어야 했던 건데, 세상은 점점 빠르게 변화하고 하물며 자신이 살던 뒷산의 주변은 부자동네로 변하여 그 빠르기가 다른 곳보다 남달랐다. 그러다 우연히 좋은 집을 지나가다 아침 운동을 하던 사내에게 물과 먹이를 얻어먹었다.

 

 

'너구리한테 사료…? 개 사료는 조금 당황스러운데'

 

 

당황하기도 했지만, 모습을 바꾸면 식성도 바뀌기에 나쁘지 않았다. 신령이라 허기가 지지는 않지만, 착한 사내라 생각하며 그 사내에게 은혜를 갚기로 했다. 마침 지나가는 새에게 물어 신사로 돌아와 주위의 고구마밭에서 고구마를 잔뜩 가지고 사내가 다니는 학교로 향했다. 화려한 학교였다. '너구리가 은혜도 갚는다'라는 소리는 신사를 더욱더 시끄럽게 할 뿐이었기에 몸을 더욱 숨겼다. 하지만, 고구마의 양은 너무 많았고, 난생 처음 온 곳은 너무나도 넓었기에 사내와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잘생긴 이들끼리 얘기를 한참을 하더니 결국 아침에 은혜를 베풀어준 사내의 집에 가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작은 너구리 신령은 남학생, 모리노즈카 타카시라고 하는 남학생의 집에서 지내게 되었다.

 

 

 

모리노즈카에서 신세를 진지, 1일째

이곳은 나름 아늑하다. 정원도 넓은 전통가옥에, 인간들도 친절하고 성실하다. 성질 사나운 병아리가 있긴 하지만 친구처럼 지내기에 좋았다. 이곳이 마음에 들어서 신사에 가는 것을 미루고 있다. 하지만, 나름 신령이고 신사에 돌아가서 사람들에게 좋은 기운을 얻고 좋은 기운을 나눠줘야 하는 의무가 있다.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곳에서도 선한 기운이 흐르고 있어 돌아가는 것을 잠시 미루는 것뿐이다.

 

 

 

오란고교 학생들도 주말은 쉬기에, 타카시도 평화롭게 집에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주말에는 사람들이 밖으로 나가지 않는 일이 많아 너구리 신령인 미유는 타이밍을 더 보고 있었다. 보는 눈이 많이 없을 때 나가야 완벽 탈출이 된다고 생각했다. 다른 날과 다름없이 병아리와 투닥거리다 타카시의 무릎 위에서 잠들기도 하다 하루를 보냈다. 타카시의 손길은 매우 따뜻했기에 미유가 돌아가는 것을 더 늦추게 했다.

 

 

 

 

모리노즈카에서 신세를 진지, 5일째

오늘은 다들 바쁜지, 보이지 않았다. 아침에 타카시가 학교를 다녀오겠다며, 재밌게 놀고 있으라며 쓰다듬어주고 간 것 말고는 사람을 볼 수 없었다. 때는 지금이다. 신사로 돌아가야 할 시점이 왔다.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 하자, 병아리가 다가와 어디 가냐며 물어왔다. 신사로 간다고 할 수도 없고, 잠시 산책 간다고 둘러대며 빠져나왔다. 나중에 돌아오지 않으면 꽤 섭섭해하겠지만 아주 잠시 안녕이다.

 

 

 

아주 조금 아쉬워했다. 가다가 몇 번을 돌아봤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미 결정하고 나왔기에 돌아가기는 어렵다. 작은 너구리 신령이지만, 신령이기에 신사로 돌아가는 길은 어렵지 않았다. 길을 안내해 줄 새만 찾으면 됐다. 오랜만에 돌아온 신사는 여전히 깔끔하여 미유의 기분을 맑게 해주었다. 이곳에 다녀가는 사람들이 조금씩 손을 봐준 것인지, 떨어지는 낙엽들도 한쪽에 가지런히 모여있었다. 너구리의 모습을 하고 있던 미유는 인간들의 눈에 띄면 안 되기에 신사의 뒤편으로 숨었다. 그리고 공중으로 뛰어올라 한 바퀴를 돌더니 사람의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이 모습이 편하긴 하구나. 너구리가 몇 걸음 갈 것을 인간의 모습으로는 한 걸음이면 충분하니.

 

 

미유는 하얀색과 상의에 빨간색 하의를 갖춘 '무녀'와도 같은 모습을 띠고 있었다. 이곳에 왔던 무녀의 복장을 보고 맘에 들었기에 인간으로 변하면 이 복장으로 변하곤 한다. 미유는 자신의 옷을 툭툭 털어 정돈하고 신사에 들어가 기운을 모았다. 신사에 사람들이 명운을 빌러오면, 그 기운 중 깨끗하고 맑은 기운들을 받아 최대치로 끌어모아 신사에 들르는 이들에게 기운을 나눠주는 일이었다. 복을 가져다준다는 너구리 신령이라는 이유는 이 때문이었다. 사람들에게 기운도 나눠주고, 자신도 그 기운을 조금 받아 가며 조금씩 신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한참을 그러고 있었을까. 뒤에서 조그만 소리가 들려왔다.

 

 

"저…"

 

 

깜짝 놀라며 뒤를 돌아보니 타카시와 그의 친구들이 서 있었다. 두 눈에는 지진이 일어난 듯 눈동자는 사정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신령인데 기척을 하나 느끼지 못했다니, 신사에 며칠 오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 생각하며 자신을 탓했지만, 후회에도 이미 늦었다. 미유는 뭐라도 말을 해야 했지만 당황하고 놀란 티가 역력했다.

 

 

 

"무, 무슨 일로 이곳에"

"여기가 서민들 사이에 유명한 신사라기에"

"그렇게 말하지 말라니까요.."

"신사를 둘러보고 싶습니다. 괜찮을까요?"

 

 

미유는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들은 동네의 작은 신사가 유명하다기에 서민체험을 해보겠다며 온 것이었다. 어떤 이들은 신기한 듯 구경을 하고, 어떤 이는 신사의 앞에 가 명운을 빌기도 했다. 미유는 그들이 편하게 명운을 빌도록 해주었다. 신사에서 신령은 명운을 빌러오는 자들의 기운은 물론 소원도 들을 수 있었다. 참으로 비겁하지만, 신령이기에 가능한 일이었고 막을 수 없는 일이었다. 참으로 그 나이대의 소년, 소녀들이 바라는 것이라 생각하며 속으로 귀엽다며 그들을 생각했다. 그들에게 관심 없는 척 신사의 큰 나무 주변에 서 있었다. 그들은 모든 할 일을 마친 것인지 몸을 돌려 돌아가고 있었다. 타카시는 주위를 한번 둘러보다 미유와 눈이 마주쳤다. 바람이 세게 불어왔다. 미유는 애써 모른 척 타카시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신사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타카시도 바람이 부는 쪽을 바라보다가 이내 돌아갔다.

 

 

 

신사에 온 지, 3일째

사람들이 그동안 많이 왔다 갔다. 좋은 기운을 많이 받았다. 이대로면 빠른 시일 내에 신이 되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어딘가 텅 빈 느낌이다. 쓰다듬던 손길이 그리워졌고, 재잘대던 병아리의 소리가 그리워졌다. 그래도 신령이기에 참아내며 모든 사람의 명운을 함께 빌어줬다.

 

 

 

미유는 사람들이 없을 때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고, 사람들이 많을 때는 너구리의 모습을 한 채 머리서 지켜보거나 아예 모습이 보이지 않게 감출 때도 있다. 모처럼 사람도 없기에 인간의 모습을 변해 신사의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사람의 기척이나 모습을 숨기려 했지만, 아는 기척이기에 숨기지 않았다. 신사의 뒤편으로 와있던 미유는 모리가 걸어오는 모습을 보고 심장이 두근거렸다.

 

 

타카시다

 

 

신사의 앞으로 와 고개를 숙이고 두 손을 모아 소원을 빌기 시작했다. 참으로 귀여운 소원이었다. 너구리가 가족에게 무사히 돌아갔기를 바라는 소원이었다. 그 소원은 미유 자신에게 비는 소원이었다. 하지만, 미유는 신령이라 무사히는 돌아왔지만, 가족이 없기에 그의 소원을 다 들어주지는 못했다. 뒤편에서 그의 기도하는 마음을 다 들었던 미유는 조심스레 신사의 앞으로 걸어갔다.

 

 

 

"안녕하세요. 또 오셨네요."

"아, 네."

"오늘은 혼자군요"

"네"

 

 

 

미유의 물음에 타카시는 고개를 끄덕이거나 짧은 대답만 해주었다. 미유는 그의 행동에 차마 자신이 그 너구리라며 말할 수 없기에 답답했지만, 이렇게 둘이 이야기하는 것도 괜찮았다. 너구리로 있을 때는 소통을 할 수 없어 답답했는데 이렇게 짧게 말하는 것만으로도 감격스러웠다. 그리고 조심스레 다시 입을 열었다.

 

 

"고민이 있으신가 봐요. 얼굴이 티가 조금 나서. 부디 그 고민이 해결되기를 바랍니다."

 

 

모리는 대답 대신 기 분좋은 미소로 미유에게 보답해줬다. 그리고 돌아가기 전 미유를 돌아보며 미소를 지어 보이고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돌아갔다. 미유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신사를 한번 보기를 번갈아 봤을까. 결국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신이 될 자이기에 모든 이에게 평등하게 마음을 나눠야 하지만, 이 사람에게는 조금 더 마음을 줘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을 하게 돼버렸다. 신령으로 감히 가져서는 안 되는 마음이지만, 이번만큼은 용서해주시길 바라며 신사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공중으로 뛰어올라 한 바퀴 돌더니 너구리로 변했다. 한번 다녀온 길은 익숙했다. 그리고 늦지 않게, 가서 타카시를 놀라게 하려고 빠르게 돌아갔다.

 

 

 

모리노즈카에서 동거 1일째

어쩔 수 없다. 그가 바라는 소원이 가족에게 무사히 돌아가는 것이라면 내가 그의 소원을 제대로 들어주기 위한 길은 이 길밖에 없으니. 타카시가 학교로 등교할 때 나도 신사로 등교하는 거로 해야겠다. 해가 지기 전에 돌아오면 되는 것이다. 무릎에서 쓰다듬는 이 손길이 너무 따뜻해서 거부할 수가 없다. 옆에서 산책을 너무 오래 다녀왔다며 재잘재잘 떠드는 병아리도 재밌는 친구라 거부할 수가 없다. 또한 이런 따뜻한 곳이 앞으로 지낼 곳이라면 나처럼 작은 신령에게는 꼭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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