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대받지 않은 神
하이타니 린도 X 사토미 유카 - Yuka
* 도쿄리벤저스 하이타니 린도 드림 글입니다.
* 서사에 영향을 받지 않은 '요괴 X 퇴마사 AU'입니다.
"퇴마사님. 분명히 이 저택에 요괴가 있다니까요?"
검은 정장과 검은색 롱코트를 입은 여인은 누가 봐도 '나 퇴마사요'라는 기운을 뿜고 있었다. 그 옆은 근방의 부동산을 운영하는 사람이었다. 저주받은 저택이라며 아무도 이곳에서 살려 하지 않는다며 퇴마사인 '유카'에게 도움을 청해왔다. 부동산 사장에게 듣기로는 이곳에 산다고 계약한 사람들은 일주일을 버티지 못하고 나간다고 했다. 어떤 이는 하루가 다르게 몸에 기운이 없어져 가고, 어떤 이는 요괴를 봤다며 도망쳐 나온 사람들도 있었다. 큰 저택이라 돈 많은 이들이 살기를 원했지만 이러한 이유로 아무도 살지 않는 폐가가 되어버렸다.
부동산의 주인은 난감한 상황이었다. 그때 부른 것이 용하다고 소문난 젊은 퇴마사 '유카'였다. 어린 나이였지만 그녀의 퇴마 능력은 주위에 소문이 자자했다. 요괴가 있다는 곳에 그녀를 부르면, 일주일 안에 요괴가 있었냐는 듯 평화로워졌다. 이번에는 그럴 것이라 생각하며 퇴마에 응했다. 해는 저물었다. 햇빛도 없기에 저택의 음기는 더욱 강하게 뿜어져 나왔다. 아직 저택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지만, 분명 이번이 제일 위험한 일이 될 것이 분명했기에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하나, 아니 둘이구나.'
"위험한 곳이니 우선 돌아가세요. 일이 끝나면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녀는 저택 밖에서 기운을 다시금 느꼈다. 요괴 하나에 이만큼의 기운은 나지 않으니, 분명 둘 이상. 약한 요괴들만 해치우다 간만에 강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자 살짝 위축된 느낌이 들었다. 위험하기도 하고 방해가 될 게 분명했기에 자신의 옆에 있던 사장을 돌려보냈다. 그리고 퇴마를 하러 장소에 들어가기 전, 집 안에서 뿐만이 아닌 밖에서도 효과가 있기를 바라며 기도를 하기에 이번에도 역시 눈을 감고 고개를 숙여 손을 모아 기도를 했다. 음기 가득한 이곳에서 부디 안전하게 나올 수 있기를, 음기가 모두 사라지게 퇴마를 할 수 있기를 바라며.
" - 하늘 아래의 악귀에게서 저희를 보호해 주소서 - "
기도를 마친 그녀는 고개를 들고 표정 없이 천천히 저택을 향해 걸어갔다. 오랫동안 아무도 열지 않았는지, 문을 여는 소리조차 비명소리처럼 소름 끼쳤다. 큰 문을 닫고 들어가자 빛조차 들어오지 않는 저택이었다. 중간중간 켜져 있는 촛불만이 유일한 빛이 되어주었다. 참으로 요괴가 살기에 적합한 곳이라 생각되었다. 어디 있을까 고개를 돌려가며 보고 있었을 때, 머리 위의 샹들리에가 위태롭게 흔들리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천천히 들어 확인했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를 시험에 들게 하려는 듯, 장난감을 발견했다는 듯 조금씩 비웃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품에서 단도를 꺼내 소리가 가장 정확한 곳에 던졌다. 이내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여 보게 된 것은 옅은 금발에 중간중간 하늘색의 브릿지를 넣은 듯한 머리 스타일을 가진 요괴였다. 아쉽게도 단도는 요괴에게 닿지 않았고, 그 옆에 꽂혔다. 요괴는 단도를 한번 보더니, 기분이 나쁘다는 듯 유카를 노려봤다.
"오우- 이건 좀 반칙 아닌가?"
"다른 하나는"
"내가 보이냐?"
"혼자 아닐 텐데"
"요즘 말로 싱글이긴 하지"
"다른 하나는 어딨냐고"
"어딨을 것 같은데"
자꾸 말장난하려는 그를 무시하며 다른 하나도 찾기 위해 다시 되물으니, 입꼬리 한쪽을 올리며 우습게 보는 말투였다. 그의 말에 대답이라도 하듯 고개를 돌려가며 저택을 둘러봤다. 처음부터 대답을 바라지도 않았다. 하나하나 찾아가며 퇴마하면 금방이었다. 주위를 다시 둘러보니 정말 영화에나 나올법한 큰 저택이었다. 너무 어두워 전체적인 구조는 잘 가늠이 가지 않았다. 그녀가 요괴를 보지 않고 다른 곳을 살피기를 하고 있으면,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난간에 붙어있던 요괴는 비웃는 듯 말을 해왔다.
"아 진짜 골때리네. 우리가 지박령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뭐야. 너 퇴마사 아니냐? 감이 없어?"
그런 요괴의 말에 고개를 돌려 쳐다봤다. 서로 기싸움을 하듯 보고 있으면 요괴는 빠르게 유카의 근처까지 다가왔다. 요괴는 매우 여유로웠다.
"여기 없으면 어디겠어. 네가 여기서 이렇게 나랑 노닥거릴 시간에 음기 채우러 갔겠지"
"말이 많은 요괴는 취향이 아닌데"
"나도 너 같은 퇴마사는 내 취향이 아닌ㄷ … 어, 너 말이야."
요괴는 표정을 살짝 찡그리더니 연기처럼 앞에서 사라졌다. 이내 다시 나타나더니 공중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은 모습으로 떠있었다.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내 얼굴을 살피는 것 같았다. 순식간에 내 옆으로 와서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살살 만지며 머리카락의 향을 맡는 시늉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아주 그리운 냄새가 나네."
"감히 요괴 주제에 어디에 손을 대"
"안 잡아먹어. 까다롭게 굴지 마. 재미 없어지려고 하잖아"
제 머리카락을 만지는 것에 기분이 몹시 나빠, 요괴의 손을 쳐내니 뒤로 살짝 물러났다. 요괴는 좀 멀리 떨어지더니 연기가 되어사라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하며 유카의 주위를 돌아다니며 내려다봤다. 그리고 이내 생각이 난 듯, 얼굴 바로 앞에 나타나 외쳤다. 린도는 손뼉을 치며 기억이 났다는 듯 웃어 보였다. 이마를 짚었다가,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가, 다시 가까이 다가와 확인이라도 하듯 그녀의 얼굴을 들여다보기도 했다. 그리고 그가 손뼉을 칠 때마다 창문이 닫혀 바람도 불지 않던 집안에는 촛불들이 크게 일렁거렸다.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 유카는 기분이 매우 나빠 표정이 더욱 일그러졌다. 요괴는 그 모습마저 웃기다는 듯 흥미롭게 보고 있다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
"오랜만이네. 우리가 데리러 간다고 했잖아."
"뭐?"
"안 보여서 포기하고 있었는데…제 발로 찾아왔네?"
"..."
"기억 안 나? 이거 섭섭하네. 우린 이름도 안 잊어먹었는데, 꼬마야."
그는 계단과 가까워지더니, 한쪽 다리를 끌어안고 앉아 유카를 바라보았다. 유카는 그 모습을 보더니 아주 오래전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고아였기에 성당에서 키워졌던 그녀는 달빛이 창문을 넘어 들어오는 저녁이 되면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창문에 기대앉아 자신을 바라보는 요괴와 이미 창문을 넘어 자신의 앞에 와있던 요괴. 요괴들을 본다는 유카의 말을 믿는 사람은 없었기에 그녀는 주위 사람들에게 미치광이라고 불리게 됐다. 처음에는 신부님의 말대로 악몽이고, 잘못 본 것이라고 느꼈지만, 점점 보이는 횟수가 늘어났다. 자신을 처음 찾아왔던 요괴들은 고통받는 유카가 재밌다는 듯 비웃어 보였다. 점점 앓던 유카는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 가족과도 같은 이들의 곁에 있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 아주 오래전 일이라 잊고 있었다. 유카의 인상이 더 찡그려지기 시작하니, 흥미롭다는 듯, 비웃어 보이며 다가왔다.
"기억났구나. 그래 기억 안 나면, 우리가 좀 많이 섭섭하지"
"너"
"우리 찾으려고 퇴마하고 다니는 거야?"
".."
"집착은 좀 별론데…그럼 우리 이름도 기억하려나?"
잊을 리 없다. 매일 날마다 찾아와서 자신들의 이름을 기억하라며 주입하듯 속삭이고 갔다. 친구인 줄 알았고, 다른 애들과 달리 잘 대해준다고 느껴 아주 잠시나마 행복했지만 착각이었다. 그녀는 그저 요괴들의 장난감일 뿐이었다. 결국 미친X이 되어 곁에 아무도 없게 만든 이름이었다. 주먹을 쥔 손으로부터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앞에 이 요괴만 없었어도, 이런 힘든 일을 하지 않아도 됐을지 모른다.
"린도잖아. 린도."
"끔찍해"
"린도라 해야지. 예전에는 그래도 잘 불러줬으면서, 예의가 없어졌네 유카는?"
더 이상 듣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다른 하나가 오기 전에 앞에 있는 린도에게 퇴마를 시도해야 했다. 조금 떨어진 거리이기에 조금씩 거리를 좁히기 위해 걸어갔다.
"그래. 린도"
"음?"
"그렇게 보고 싶어 하고, 그리워하던 내가 왔는데 너 혼.자.라도 반겨주니 괜찮네"
"그래?"
요괴는 흥미롭다는 듯 쳐다보고 있었다. 자신이 곧 사라질 운명이라는 것도 모른 채 여유롭게 다가오는 유카를 보고만 있었다.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그가 있었다. 린도는 흥미롭다는 듯 비소를 띄며 일어났다. 일어나는 그의 시선을 따라 그녀의 시선도 따라 올라갔다. 그리고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마지막 남았던 단도를 꺼내 요괴의 심장 부위에 꽂았다. 성수를 바른 단도였다. 십자가 모양의 단도이며, 오기 전에 충분히 기도를 한 단도였다. 충분히 눈앞의 요괴를 퇴마하기 충분했다. 이내, 요괴는 아픈 듯 웅크렸다. 심장 부위에는 손을 갖다 대기조차 괴롭다는 듯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강한 기운을 뿜고 있던 것과 달리 요괴는 짧은 시간에 잡을 수 있게 되었다. 이 기운은 이 요괴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윽- 뭐야 이거!!!"
"꽤 아플 거야. 제일 센 놈으로 준비했거든"
"제발…제발"
"지긋지긋한 인연도 제발 끝내자"
그녀는 곧 린도가 사라질 것이라 확신했다. 더 늦기 전에 다른 한 놈을 찾으러 그를 지나쳐 2층으로 올라가기 위해 계단을 하나씩 올라가고 있으면, 뒤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돌아 린도를 바라보니, 박장대소를 하며 상반신을 뒤로 젖혀가며 웃고 있었다. 저택 안의 촛불은 그의 웃음소리에 반응이라도 하듯 크게 활활 타고 있었다. 분명 가장 강한 것으로 퇴마를 시도했는데 멀쩡하게 웃고 있는 모습을 보자니 피가 거꾸로 끓는 것 같았다. 속이 뒤틀리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 더 이상 퇴마할 방법이.
"아, 진짜 표정 예술이네."
"뭐야"
"너 표정을 형님도 봤어야 했는데 아-너무 아쉬워"
재밌었다는 듯 눈가에 없는 눈물도 닦는 시늉을 했고, 린도가 손을 심장 부위에 갖다 대니 꽂혀있던 칼은 푸른 불길에 휩싸여 재가 되어 사라졌다. 표정을 급속도로 굳혔고 바로 유카 앞까지 다가왔다. 그녀의 옷깃을 잡아오더니 그대로 위로 들어 올렸다. 아까까지 보이던 장난기는 사라진지 오래되었다. 2층에서 떨어진다고 죽지는 않겠지만 심하게 다칠 것 같았다. 그동안의 어떤 요괴한테도 이렇게 당한 적이 없기에 당황했다.
"꼬마, 많이 컸네. 건방져"
"윽-"
"그래도 아팠으니까, 너도 좀 아파보라고"
린도는 그 말과 동시에 옷깃을 2층에 던졌다. 다행인 것은 쿠션들과 인형들이 있었기에 대리석에 내던져진다고 생각한 아픔보다는 덜했지만 부딪힌 곳이 아파져 제대로 일어나지 못하고 있자, 린도는 유카의 앞까지 와서 쪼그려 앉아 그 모습을 감상이라도 하듯 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한심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별로 세게 내던지지 않았는데"
"..."
"아파? 인간은 진짜 너무 약해. 약하고 비겁하고 예의도 없어."
"...보이지 않는 것을 이용하고 본연의 힘도 아니었으면서 인간을 괴롭히는, 너희가 더 비.겁.해"
"그래도 인간이 약한 건 안 바뀌잖아. 봐. 난 아무렇지 않고, 상처투성이에 힘 빠진 건 너뿐이야. 아니. 다른 인간들도 똑같아."
한심하다는 듯 정색하며 보다 강하다며 우쭐해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자신이 한심해져왔다. 더 이상 이놈들을 상대하기에는 쓸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다. 또 누가 희생양이 될지 모르니, 최선을 다해야 한다. 머리에 꽂고 있던 날카로운 비녀를 손에 쥐고 그에게 달려들었다. 이걸 그대로 그의 심장에 꽂으면 반응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첫 번째에 이어 두 번째니까 충분히 효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달려들었다. 하지만, 예상이라도 한 듯 그는 여유롭게 피했고,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지치지도 않아? 핸디캡이라도 줄까?"
"꺼져"
음기가 가득한 곳에 오래 있으면 힘도 없어져간다. 이를 모를 리 없고, 지금 유카는 점점 힘이 빠지고 있는 상태였다. 서있는 것이 놀라울 정도다. 남은 힘을 쥐어짜겠다는 듯 서서 린도를 노려보던 유카. 그는 그녀를 보며 인상을 좀 찡그리며 조심스레 다가왔다. 당장 린도에게 달려들 수 있지만, 최후의 한방을 노렸다. 린도는 쓰러지기 일보 직전인 그녀의 얼굴을 한 손가락으로 쓸어 자신을 제대로 보게 했다.
"이곳에 들어온 것을 후회하지?"
"시끄러"
"이미 들어올 때부터 알았잖아. 조금씩"
"..."
"조금씩 네 기운이 빠져나온다는걸"
"치사한 놈들"
"형님이랑 나랑 너. 예전처럼 사이좋게 지내자."
"지옥에나 가버려."
"너도 우리가 그리웠을 거 아냐. 재밌었잖아 우리."
표정 없이 유카의 말은 들리지 않는다는 듯 응시하며 말하던 린도는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정도의 표정 변화가 나타났다. 그에 이상함을 느꼈으나 그 순간은 아주 짧았다. 뒤에서 소름 돋는 기운이 느껴졌고, 앞에 있는 놈보다 조금 더 강한 음기. 기운은 단숨에 유카의 뒤에까지 와있었다. 곁눈질로 옆을 바라봤을 때는 앞에 있는 놈과 닮은 놈이 있었다. '피해야 한다'라고 느끼기에는 이미 늦었다. 비녀를 쥔 그녀의 손목을 잡아왔고 귓속말을 하듯 속삭여왔다.
"유카 찾.았.다 -"